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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정보] 모든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불러도 될까? <에일의 역사> 본문

Beer Style/상면발효 (ale style)

[맥주정보] 모든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불러도 될까? <에일의 역사>

beergle 2013. 7. 2. 16:05

이전 포스팅에서 에일(Ale)은 '상면발효'로 만들어진 맥주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하나더. 에일(Ale)은 5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맥주라고도 말씀드렸습니다.


여러 책이나 웹사이트, 맥주 스타일 분류표를 보면 밀맥주(wheat beer), 포터(porter), 스타우트(stout) 등 상면발효로 된 맥주를 '에일'이라고 분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에일'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부터 유래되었을까요? 



전통적인 에일잔- Nonic pint glass


사실 맥주라는 단어는 유럽 각 나라에서 비슷하게 불리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beer', 다들 잘 아시죠? 독어로는 'bier', 프랑스어로는 'bière', 이태리어로는 'birra'입니다.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의 저자 '야콥 블루메'는 Beer로 불리고 있는 맥주의 어원을 두가지로 보고 있는데, 하나는 '마시다'를 뜻하는 라틴어 'bibere'에서 왔다는 것, 또하나는 '보리'를 뜻하는 '올드 게르만어인 'bere'에서 왔다고 합니다. 독일인 저자인 만큼 그는 게르만어인 'bere'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한편 스페인에서는 맥주를 'cerveza'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곡물의 여신 'Ceres' 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체코와 폴란드에서는 맥주를 'Pivo'라고 하는데, 이 또한 '보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죠.


그럼...에일(ale)은 어디있나요????????????????????????????????


헉4


저도 포스팅에서 '전통적인 맥주는 ale이다' 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맥주자체를 'ale'이라고 불러야 하고, 나중에 발명된 라거(lager)는 에일의 한 종류로 불러야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런 의문이 많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에일'이라는 어원과 맥주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던 중 흥미로운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Look, will you all stop misusing the word ‘ale’. Thank you


영국의 맥주 역사학자(역시 맥주의 나라답군요...) Martyn Cornell이 쓴 이 글은 제가 가졌던 의문을 어느정도 해소해주었습니다.

Martyn은 자신의 글에서 '모든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로 부르는 것이 매우 잘못된 표현이며 이는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ale'은 고대 영어인 'alu'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는 'unhopped malt liquor', 즉 홉이 첨가되지 않은 맥주를 의미했다고 합니다. 

사실, 홉이 처음으로 맥주에 사용된건 서기 1000년경, 브레멘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홉이 맥주에 가장 적합한 재료라고 언급된 최초의 자료는 12세기, 최초의 여자 수도원장이었던 '힐데가르트'의 <약초의 역사>라는 책입니다. 그 전에는 'gruit(구르트)'라는 여러가지 재료를 혼합한 것을 맥주에 사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홉은 15세기에 들어서야 영국에 플랜더스로 부터 이주해온 사람들로 인해 처음 들어오게 됩니다. (홉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더 자세하게 해볼께요) 영국인들은 초기 홉이 들어왔을때, 심한 반발을 했다고 하네요. 물론, 나중에는 홉의 강력한 산패방지 능력 때문에 받아들였지만요.

Martyn은 15세기 유럽대륙에서 유행했던 hopped beer에 대응하여 ale을 구분하여 사용했으며, 홉이 첨가된 맥주를 beer, 홉이 첨가되지 않은 맥주를 ale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18세기에 들어서는 홉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진 뒤에는, 'lightly hopped malt liquor', 즉, 홉이 약하게 첨가된 맥주를 ale이라고 의미가 변형되었습니다. 

즉, 당시 영국에는 beer와 ale이 구분되어서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오호~~~~

오케이2

Pale Ale


18세기 영국에서 가장 유행했던, 시쳇말로 '대세'였던 맥주는 'porter'(포터)였습니다. 포터는 여러 종류의 에일을 인위적으로 섞어서 풍미를 만들어내고, 색깔도 짙은 몰트를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당시, 굉장히 유행했었고, 실제로 맥주 산업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남긴 맥주죠. (자세한 이야기는 포터를 따로 다룰때 해보죠)

porter

Martyn에 따르면 1773년 포터는 'beer'로 구분되어, 에일과 달리 불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포터는 'heavily hopped liquor'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pale ale(페일에일, 옅은 에일)과 pale beer로 구분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또한 홉이 약하게 들어갔느냐, 강하게 들어갔느냐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물론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로 ale을 가져가기 위해 홉을 '잔뜩' 넣고 알콜이 높은 IPA, Indian Pale Ale이 히트를 친 뒤에는 '약하게 홉을 넣은 맥주'라는 pale ale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요. 



Indian Pale Ale



Martyn은 ale의 의미가 이렇게 세가지 의미로 변화되어 온 것에 대해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모든 언어의 의미가 시간이 지나면 변하듯.... 예로 1884년 Oxford English Dictionary는 ale을 paler, 더 옅은 맥주라고 정의하고 있고, 50년이 지난 후, 'Dictionary of Modern English Usage'에서 Fowler는 'ale'은 'beer'의 점잖은 표현이라고 하였습니다.


Martyn에 따르면 ale은 'unhopped malt liquor' -> 'lightly hopped malt liquor' -> 'beer' 라는 세가지 의미로 변화되어 온 것이죠. 


그런데, Martyn은 ale을 'all beers made with top fermenting yeasts', 즉 '상면발효 효모로 만든 모든 맥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ale의 의미가 네번째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이와 같은 의미변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독일의 쾰른, 뒤셀도르프, 벨기에 등에서 만들어지는 '상면발효' 맥주을 '에일'이라고 부르는 건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독일 쾰른 맥주라 하면 'Kolsch'(쾰시)를, 뒤셀도르프 맥주라 하면 'Alt'(알트)를 의미하며, 벨기에는 우리가 흔히 부르는 'Belgian ale'(벨기안 에일)을 의미합니다. 모두 상면발효로 만들어지는 맥주들이죠.



쾰른 맥주 '쾰쉬'



뒤셀도르프의 맥주 'Alt'

그는 이런 맥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지역에서 상면발효로 만들어져 왔지만, 그 지역에서는 이를 'ale'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에 에일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그는 또한 'porter'(포터)와 'stout'(스타우트)를 '에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말도 안된다고 분통을 터트리죠. 역사적으로 이 두 맥주는 '에일'과 다르게 불렸는데, 얘네들을 '에일'이라고 하는 건 억지라고 합니다.


그는 '에일'을 다분히 mild한 'old ale'과 'barley wine'을 일컫을 때, 사용하자고 합니다. 영국 펍비어인 'bitter'를 'ale'이라고 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다고 하죠. 영국에서는 bitter와 ale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포터와 스타우트를 '에일'이라고 부르지 말 것


상면발효맥주를 부르는 일반명사로 '에일'을 사용하지 말 것


을 그는 주장합니다. 이는 American, 미국인들이 맥주 스타일을 구분지으면서 자신들이 임의적으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말합니다. 


음... 저는 Martin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듯이 보여요. 제일 처음 제가 의문을 가졌던 ale의 의미를 봤을 때도, ale은 영국맥주에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독일이나 벨기에처럼 맥주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서는 정작, 자신들의 맥주에 'al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Belgian beer를 Belgian ale로 부르고, wheat beer(밀맥주), 쾰쉬, 알트 등을 에일의 범주에 넣은 건, 미국 craft beer(마이크로 브루어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맥주를 만들기 위한 모델로서 분류해놓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 미국 맥주역사는 굉장히 척박합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미국의 craft beer는 성장하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들이 맥주를 만들기 위한 모델이 필요했기에, 유럽 맥주 스타일을 구분하고 브랜딩을 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거든요. 


뭐, 옛날 스타일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이런 측면에서 브랜딩과 상품화를 굉장히 잘 하는 나라이기도 하구요.


예를 들어, IPA는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영국 식민지인 인도에 맥주를 가져가기 위해, 산패를 막기 위한 홉을 다량으로 넣고, 알콜도수를 높게 만든 맥주를 말하지만, 요즘은 그냥 '고급 에일'을 의미합니다. American IPA라고 하면 '미국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든 개성있는 고급 에일'을 의미하고 English IPA와도 구분하기도 하죠. Classic IPA의 현대적 재해석!!



American IPA (Dogfish head IPA)



또한 beer competition이 개최되면서 맥주 스타일을 정해놓고 심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맥주 스타일을 아는게 맥주를 즐기는데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성장하는 지금 맥주 시장의 트랜드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le에 대한 저러한 역사가 있다면, 모든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라거'를 '하면발효'맥주와 같이 쓰는 것에는 의의가 없을 듯 하지만, '에일'은 '상면발효' 맥주의 한 종류로 보는게 더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Martyn이 지적했듯이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면발효 맥주인 '쾰시'나 '알트'를 '에일'이라고 부르지 않거든요. 



다양한 벨기에 맥주들~



뭐... 이에 대해서는 독일이나 영국 사람들의 의견을 함 들어보고 싶네요~ ㅎㅎ


저도 앞으로 맥주들을 하나하나 정리할 때, 이 의견을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튼, 맥주 스타일을 아는 건...필요하다고 생각되요~ 물론 우린 양조전문가가 아니기에 심각할 필요는 없지만, 더 재미있게 맥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간단히 알고 가는게 좋겠죠~


Martyn Cornell의 포스팅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어요~


http://zythophile.wordpress.com/2010/10/11/look-will-you-all-stop-misusing-the-word-ale-thank-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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