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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역사] 어디 그런 천한 맥주를 마시더냐!! - 맥주 in 그리스 & 로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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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역사] 어디 그런 천한 맥주를 마시더냐!! - 맥주 in 그리스 & 로마

beergle 2013. 6. 12. 14:48

음...아...이 포스팅이 왠지...세계사 포스팅이 되어가는 듯. 하하...하하하.

빈둥


유럽의 와인벨트(Wine belt)라고 아시나요? 커피와 마찬가지로...(제가 커피도 많이 좋아하는데. ^^) 와인에 필요한 포도는 아무데서나 자라지 않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수량이 많지 않으며, 배수도 좋아야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안개도 있어야하구요.








사진에서 보시는 곳은 독일 라인강에 있는 뤼데스하임이란 곳에서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라인강은 '와인가도'로 유명한 곳이지요. 보시다시피 강을 끼고있고, 일조량이 좋은 비탈에 포도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독일 남서쪽, 프랑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죠. 맥주가 유명한 독일이지만 라인가우나 모젤 지역은 리슬링으로 만드는 세계최고의 포도주가 나온답니다. 그 유명한 TBA도 이곳에서 처음 만들어졌죠. 이에 대한 포스팅은 나중에 여행 포스팅에 올려드릴께요.


다시 돌아와서, 즉, 와인용 포도는 기후와 토양을 꽤 까다롭게 가리는 녀석들이죠. 와인산지가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미국의 서쪽지역, 호주, 뉴질랜드, 칠레, 아르헨티나, 그리고 독일의 일부, 이 정도에 불과한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와인벨트 지도를 함 살펴볼까요?


The Grape Line (출처 : Tasting Beer, Rand Mosher)


위 그림의 검정색 라인이 와인벨트, 혹은 wine grape line 이라고 불리는 선입니다. 이 선의 남쪽은 와인이 생산되고, 또한 많이 소비되는 곳이지요. 북쪽은 와인대신, 바로 맥주가 생산되고 많이 소비되는 곳입니다. 한국의 비어헌터이신 이기중 선생님은 저 라인을 '비어벨트'라고도 하십니다~


그런데, 이 속에 맥주와 와인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있는 거 아시나요? 


지구상 모든 생물은 지역 기후와 여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그 중 인간의 문화는 자연의 여건에 따라서 발전될 수 밖에 없죠. 이집트가 쇠퇴할 즈음, 지중해를 꽃피운 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리스 문화입니다. 이집트 시절 마르고 닳도록 맥주 문화가 기록되어 있는 반면, 그리스에는 맥주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즉, 그리스 사람들은 맥주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의미겠죠?


대신 그리스는 와인에 대한 예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와인을 만드는 모습을 담은 그림


누가봐도 와인 잔이네요~ ㅎㅎ


기후적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것이 더 용이했고, 온화한 자연과 문화는 자연스레 와인을 더 마시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이 당시에 아예 맥주가 없었는냐? 그건 아닙니다. Rand mosher는 자신의 저서에서 그리스 사람들이 고대 소국가인 리디아와 프리지아의 맥주의 신인 Sabazius를 와인의 신인 Dionysus로 탈바꿈 시켰다고 했습니다. 즉, 당시 지역 소국가에서는 맥주가 전통적으로 애용되고 있었다는 것이겠죠.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보리로 만든 메트나 마시는 족속이라니..." 라고 했고, 호메로스는 그리스 사람들이 '폴토스'라는 이름의 보리죽을 만들어 먹더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여기서 폴토스는 맥주와 비슷한 음료였다고 합니다. (맥주, 세상을 들이키다. 야콥 블루메, 김희상 역)


메트는 꿀과 향료를 발효시킨 음료로 당시에는 맥주와 비슷하거나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메트와 맥주의 관계는 다른 포스팅에서 간단하게 다뤄드릴께요. 맥주와 와인이 몇 천년간 살아남았다면, 메트는 그 사이에 껴서 사라져간 비운의 음료랄까..?


다시 돌아와서, 즉, 그들도 맥주를 마시긴 마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문명의 찬란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그리스는 이것저것을 섞어 발효시킨 맥주보다 시큼달콤한 와인을 훨씬 선호했고, 어른과 아이 모두, 와인을 물처럼 마셨습니다. 




마시고 토하고...마시고 토하고...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은 와인을 매일 마셨지만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물을 섞어서 마셨고, 취하고 비틀거리고.. 이런 것을 야만스러운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이런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술을 퍼먹고 취하는게 일상이었던 저~ 북쪽 게르만족들이나 취하는 것에 너그러웠던 이집트인들을 보고 얼마나 무시했겠어요. 


하하


후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사실 맥주를 발달시킨 원동력은 바로 로마인들에게서 나왔답니다. 맥주를 천시하고 비하하던 로마인들 덕에 맥주문화가 발달되었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


암튼, 그리스 시대부터 맥주는 천한 것들이나 마시는, 야만족들이나 즐기는, 없는 것들이나 겨우 먹는 음료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20세기까지 이러한 문화는 서양문화에서, 특히 와인을 즐기는 나라에서 이어져왔죠. 


두둥~~~ 


드디어 인류문명에 큰 획을 긋는 로마제국으로 넘어옵니다. 최고의 문화를 꽃 피웠던 로마인들, 고대유럽 전역에 자신의 힘을  과시했던 로마인들은 맥주에 관대했을까요? 


당근...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콧대 높은 로마인들이 야만인들이나 처마시는 맥주를 좋게 여기지 않았겠지요. 추운 북쪽이 아닌 따뜻한 남쪽에서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있었기에, 맥주는 계속 천시 받았습니다. 그러나, 맥주를 마냥 천시한 것만은 아니에요. 맥주에는 와인에는 없는 갈증해소능력과 영향소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가난하거나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맥주가 애용되기도 했답니다.




로마시대의 맥주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나 마시던 술이었던 셈이지요. 



뭐라고, 와인을 마신다고?! 거 어디 출신이신가?

와인에 맹세코 나는 아직 너를 모르네.

와인은 신들이 즐기는 맛이라네.

그런데 자네에게서는 산양의 고약한 악취가 나는군.

포도를 구경할 수 없는 토이토니아의 인간들은

보리죽이나 마신다면서,

보리죽 따위가 그리도 좋더냐.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음으로

괴로워하기 싫거든, 포도즙을 마시려무나,

와인처럼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게 또 있더냐.


-아포스타타, 율리안, "로마의 황제"-

(출처 :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야콥 블루메, 김희상 역)



로마인에게 와인은 신과의 대화를 위한 음료였습니다. 매일 1리터 이상의 와인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처럼 그렇게 먹고도 취하지 않도록 했다네요. 그 이유는 바로 와인을 물에 섞어마셨기 때문이죠. 그 당시 와인은 알콜이 담긴 술이라기 보다는 일상 음료에 가까웠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고 취하는 것에는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럴만도 한게, 일반 물을 마시는 것보다 와인에 물을 섞어마시는 게 당시로는 위생적으로 더 안전했기 때문이지요. 


맥주와 관련된 역사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저술한 '게르마니아'에는 기원전 1세기에 게르만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실려있다고 합니다.


"음료중에 보리나 밀로 만든, 다소 포도주와 비슷하고 품위가 떨어지는 액체가 있다. 강기슭(라인 강과 도나우 강) 가까이에 사는 자들은 포도주까지 사마신다."


(출처 : 맥주, 문화를 품다. 무라까미 미스루 저, 이현정 옮김)


얼마나 맥주를 무시했는지, 아니 맥주라는 술이 당시 어떠한 위치에서 이용되었는지 알 수 있네요~ 


우리가 흔히 와인을 우아하다라고 표현하고 복잡한 시음법이나 아로마나 부케를 평가하는 습관. 그게 그냥 나온 것만은 아닙니다. 중세 시대 이전, 유럽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로마로 부터 이어진 끈이 있는게지요. 귀족과 왕이 애용한 와인과 서민의 술, 맥주. 


그렇다고 이 둘의 관계를 나누거나 대립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결코 그렇지 않지요. 

누군가 "야, 너는 와인 마시는구나. 나는 그냥 싼 맥주나 마셔야지." 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잘못된 선입견이에요. 그건 술의 종류나 맛이 아니라, 포도가 잘 자라던 지역의 사람들이 권력을 가졌고, 그 세력들의 취향이 와인을 더 좋아했을 뿐이죠.

그리고 와인이 맥주보다 양조기간이나 한정된 지역으로 인해 가격이 비쌀 뿐이지, 가격이 싸다고 맥주가 저가의 술은 아니겠지요. 그냥 취향의 차이일뿐~ 


저는 와인, 막걸리, 사케, 맥주, 위스키, 꼬냑 다~~~ 좋아합니다. '소주'만 빼고...ㅋ


미안2



이 당시 맥주를 지금처럼 발효된 맥아에 홉을 넣은 (사실 홉 전에는 '구르트'를 넣었어요) 깔끔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당시 맥주에는 보리, 밀, 꿀, 크랜베리, 허브 등이 맥주에 사용되었다고 해요.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메트' 또한 이와 비슷하구요. 와인이 포도에서 나왔다면 맥주는 보리나 밀, 혹은 귀리를 베이스로 여러 향료가 들어간 술이었습니다. 지금도 벨기에 맥주에는 코리안더나 귤껍질 같은 향료가 들어가지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요 맥주에도요.

뒷면을 보시면 여러다른 재료들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미국 IPA (나중에 뭔지 같이 공부해보아요)에도 종종 여러재료들이 들어가곤 하지요. '맥주 순수령'을 지키는 독일 맥주를 제외하구요. 이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죠~


어쨌든, 저쨌든~~~~~


그리스 로마시대에서 맥주는 찬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시대에 맥주가 찬밥이었다고, 북쪽에 있는 나라들은 맥주를 안마셨을까요? 그렇지 않죠. 영국, 독일 (그 당시 Bavarian) 등, 와인밸트 위쪽 지역, 포도 재배가 어렵고, 보리와 밀이 풍부했던 국가들은 맥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로마제국의 영토가 얼마나 거대했냐면요.


로마제국의 영토


요래요래 했습니다. 고대영국인 브리트니아, 게르만까지 로마제국은 영토를 넓혀갔지요. 재미있는 건, 저 위에 있는 와인밸트 지도와 비교해보면 와인밸트와 로마제국의 북쪽 경계선이 거의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

로마는 이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기 위해 '도로'를 건설했습니다. 엄청나고 거대한 도로를 건설했는데, 그 크기가 자그마치 현재 미국의 고속도로와 필적할만했다고 하네요. 


가장 전성기때는 페르시아부터 영국에까지 이르렀고, 총 8만km나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철도가 이용될 때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와 기술이네요. 로마부터 영국까지 단 13일 밖에 안걸렸답니다. (출처 : 퀸스향의 블로그)



로마의 도로 

(출처 : 퀸스향의 블로그, http://yj651215.blog.me/140044556926)





이런 도로를 통해 로마는 북유럽을 지배했고, 그 북쪽 경계선에서 맞딱드린 heavy drunker들...ㅋㅋㅋ 


로마인들이 가보니, 거기는 와인은 커녕, 포도도 구경하기 힘들었다는거 아닙니까. 마실 액체는 필요하고...술도 필요하고...주위에 둘러보니, 있는 건 맥주고...^^



폼페이에서 발견된 bar~


요건 폼페이에서 발견된 Tarvern~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로마인들은 어떻게 맥주문화가 꽃 피우는데 큰 역할을 했을까요? 위 그림에 약간의 힌트가 있긴 합니다만. ^^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