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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베르크 슈렝케를라 [Bamberg Schlekerla] 본문

여행 그리고 풍경/독일 밤베르크

밤베르크 슈렝케를라 [Bamberg Schlekerla]

beergle 2020. 6. 3. 14:35

거의 매년 독일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제가 2015년 이후 여행기를 올리지 못한 건, 플라츠라는 가게를 했기 때문이에요. 상암동 플라츠는 지금은 없습니다. 2017년 말에 정리를 했습니다. 가게를 하는 동안은 여행도 못가고 블로그 운영도 힘들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맥주문화협회를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브런치나 오마이뉴스, 조선비즈 같은 곳에 맥주 글은 꾸준히 기고하고 있는데, 영 블로그는 하고 싶지 않은거에요. 특히 네이버 블로그는 더욱. 

 

다시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맥주와 여행에 대해 다시 편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서 입니다. 여행기도 다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작년 말과 올해 초만 해도 독일 뮌헨, 라이프치히, 에르푸르트, 드레스덴, 베를린, 영국 런던 등 꽤 많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가족여행도 있었지만 제가 코디네이팅한 맥주투어도 있었지요. 이건 천천히 올려드리구요.

 

코로나로 당분간 해외여행은 힘들거 같기에, 묵혀놨던 사진들을 풀면서 온라인 맥주투어를 해보려구요. ㅎㅎ

 

우선 밤베르크부터 시작합니다. 밤베르크도 2번이나 다녀왔네요. 언제 다녀왔는지는 굳이 이야기 안하고 편하게 올리겠습니다. 당연히 대부분 맥주 이야기입니다. 

 

밤베르크는 뮌헨에서 기차를 타면 약 4시간 정도 걸립니다. 바이에른 주는 바이에른 티켓을 구매하면 주 전체를 기차로 다닐 수 있습니다. DB는 물론 S-bahn, U-bahn 가를 것 없이요. 

 

밤베르크에는 전철이 없습니다. 이 곳은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당하지 않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차역도 아담하죠. 도시 전체는 걸어서 다닐 수 있습니다. 나중에 밤베르크에 대해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포스팅할게요. 오늘은 슈렝케를라만. 

 

이쁘죠? 

슈렝케를라는 밤베르크 전통을 대표하는 맥주입니다. 라우흐비어(Rauchbier)라고 불리는 훈연맥주입니다. 일반적으로 너도밤나무로 건조시킨 몰트로 양조하여 훈연향 또는 훈제향이 짙게 묻어있습니다. 

 

물론 밤베르크 라우흐비어에는 슈렝케를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슈페지알, 파슬라도 밤베르크를 대표하는 맥주지만, 슈렝케를라가 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훈연향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슈렝케를라 역사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슈렝케를라를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포스가 좔좔 흐릅니다. 요즘 미국맥주들이 워낙 맛있다고 해도, 사실 이거 하나로 슈렝케를라 앞에서 고개 숙여야죠. 슈렝케를라에 처음 갔을 때는 아침이었습니다. 

 

사실 밤베르크 토박이인 한스가 아침부터 만나자고 했거든요. 한스는 밤베르크 맥주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주전문가로서 업프랑켄 지역, 그 중에서도 핵심인 밤베르크의 맥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그의 자부심은 사실 부럽기도 합니다. 

 

도대체 한스는 왜 아침부터 슈렝케를라에서 보자고 했을까요?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설마 놀라시진 않았죠?

독일과 영국은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특히 밤베르크는 아침식사로 맥주 한잔을 합니다. 

 

당연히 한스도 아침식사로 슈렝케를라 한잔을 하기 위해 저를 부른 것이지요. 관광객이 아닌, 진짜 밤베르크 사람처럼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그래야 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고 어찌나 이야기를 하든지. 너무 고마운 친구입니다. 

 

아침 10시, 슈렝케를라에는 이미 현지 사람들이 맥주 한잔을 놓고 신문을 읽거나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슈렝케를라에서는 베럴 그대로를 가져다 놓고 맥주를 줍니다. 

 

촌스럽게 워크인 만들고 이산화탄소 연결하고 이런 거 안해요. 바로 옆 브루어리에서 차로 실어 온 배럴에서 바로 맥주를 담아줍니다. 

 

 

멋지죠? 멋집니다. 

이렇게 마시는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지 상상이나 되시나요? ㅎㅎ

 

그냥 밖에서 마십니다. 아침 10시에 슈렝케를라 창틀에 맥주 놓고 마십니다. 

이게 진짜 밤베르크에서 맥주를 마시는 방법입니다. 만약 맥주만 마시기 힘들다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만 밑으로 내려가면 소세지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여기서 소세지나 아니면 저처럼 레베케제를 사신 후 빵에다 끼워 먹으면 되죠. 슈렝케를라와 레베케제의 조합은...말해서 뭐합니까...

 

최고의 아침식사였습니다

내부에 들어가시면 이렇게 맥주를 따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슈렝케를라에서 판매하는 각종 스타일의 맥주를 말이지요. 

슈렝케를라에는 여러 스타일의 맥주가 있습니다. 라거, 메르첸, 우어복, 바이젠, 도펠복 같이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 각각의 매력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사진에 보면 유난히 별같은 모양이 보이시죠? 

이건 '이곳은 맥주를 만들고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라는 뜻입니다. 별의 꼭지점이 각각 맥주에 필요한 재료를 의미하죠. 여전히 유효한 표시입니다. 

 

독일에 오셔서 간판에 저렇게 별이 있으면 맥주를 판다는 의미죠. 

슈렝케를라 안으로 들어가시면 앉아서 드실 수 있습니다. 제가 몇번 더 왔었다고 이야기했었죠?

내부에서 밥도 먹고 맥주도 마셨는데, 모두 훌륭했습니다. 그 때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사실 저녁에 오면 반드시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특히 관광철에 오시면 사람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밤베르크는 관광도시거든요.

 

밖에 혼자 앉아서 드셔도 너무 너무 좋지요. 

분명 현지에서 신선한 맥주는 다릅니다. 훈연향도 있지만 건과일, 특히 블랙베리와 같은 다크 프룻의 플레이보가 환상적입니다. 하루 종일 마실 수도 있어요. ㅎㅎ

 

한국에도 슈렝케를라가 있습니다. 반드시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밤베르크 현지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맥주 마시러 유럽으로는 못가지만, 맥주로는 여행을 할 수 있거든요. 그게 맥주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매력이자 즐거움 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