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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정보] 가을캠핑과 어울리는 맥주 <삼척 검봉산 휴양림 그리고 진격의 벨기에 맥주> 본문

My beer story

[맥주정보] 가을캠핑과 어울리는 맥주 <삼척 검봉산 휴양림 그리고 진격의 벨기에 맥주>

beergle 2013. 9. 10. 16:57

지난 주에는 간만에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무려 삼척을 1박 2일에...!!!!!!!!! 


안돼


장소는 '삼척 검봉산 자연 휴양림'~  3~4년 전에 일때문에 삼척을 가곤 했는데, 그 때는 별로였거든요. 


여기저기 보이는 시멘트 공장들...그냥 회색빛 도시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삼척에 다녀온 뒤,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삼척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다니요!!!! 


바다, 산, 풍경, 항구, 모든 게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서울과 거리가 쫌 멀어서 그렇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임원항'과 가까이 있는 '검봉산 휴양림'은 시설과 위치 모든 것이 캠핑하기에 최고였구요~


봄과 여름에 캠핑을 다니다가 장마가 지난 후, 간만에 가는 가을 캠핑. 여름에는 시원한 필스너나 새콤한 weissbier를 한무데기씩 싸가지고 갔는데, 이번 가을캠핑 때는 좀 다른 맥주를 가져가 봅니다~


이름하야, '가을 캠핑에 어울리는 맥주들' !! 




Go Go Go~~~



보통 유럽에서는 여름에는 weissbier를 겨울에는 bockbier를 마십니다. 


weissbier의 풍부한 탄산과 새콤한 아로마는 갈증을 해결하는데 최고고, bockbier의 높은 알콜은 겨울의 추위를 달래는데 제격이지요.


가을, 그것도 캠핑이라면 뭔가 중간즈음에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제가 캠핑갈때 세워둔 몇가지 원칙 중 하나는 '과음하지 말자' 입니다. 예전 캠핑에 처음 갔을 때,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좋고 사람도 좋아서 과음을 많이 했습니다. 술이 내가 먹을 지경을 꽤 겪었어요.


예전에 캠핑 음주 패턴은 이랬습니다.


1. 낮에는 더우니까 시원하게 칠링해둔 이태리 스푸만테나 스페인 까바로 시작하자~~


2. 더위가 조금 가셨으니, 이제 칠링해둔 샤르도네 또는 쇼비뇽 블랑의 화이트 와인을 입가심을 하고~~~


3. 슬슬 뱌베큐 냄세가 후각을 자극하는군~~ 맥주로 입을 즐겁게하고 부담없이 건배~~~~


4. 고기도 먹고 맥주도 먹으니 배가 부르네?  이제 소주 마셔야지~~~~~


5. 밤도 어두워졌고, 화롯불에 분위기도 좋으니 레드 와인으로 분위기 맞춰야지~~~~~~


6. 어!!! 위스키 가져왔어??? 오~~~ 좋은 거네~~~ 한잔만 하자~~~~~~


7. 야~ 역시 좋은...이ㅏ러밈 아싸 가오리 ㅏㅓ리ㅏㅁ어ㅐㅑ뒹ㄹ 으웩~~~ㄴㅇ뤼 머래니??? ㅓㄴ이ㅏ러ㅐ


......






담날 진짜...어제 먹은 거 확인해주시고...거의 반 취한 상태에서 철수하고... 집에 와서 이게 캠핑인지, 노동인지, 술판인지 기억도 안나고...


작년부터 캠핑에서는 절대 과음 안하기로 했습니다. 진짜 즐기기로 한거죠.


올 여름 캠핑에서는 갈증에 좋은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 한병과 필스너인 필스너 우르켈, 라데베르거, 밀맥주인 파울라너, 에딩거를 주로 마셨습니다. 


가을캠핑은 좀 다르죠~


낮에는 따가운 햇살이 있지만, 휴양림의 저녁은 도시보다 빨리 옵니다. 바람도 시원하고 저녁에는 쌀쌀하죠. 

이런 날씨의 변덕에 어울리는 복합적이고 밸런스가 좋은 맥주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우선, 날씨가 쌀쌀하니 알콜이 조금 있으면 좋겠고, 아이스팩에 살짝만 보관해도 맛과 향이 살아있었으면 좋겠고, 더구나 캠핑 안주에도 잘 어울릴 수 있는 맥주가 뭐가 있을까?


머리 속에 떠오른 건, 바로 '벨기에 맥주'였습니다~~!!


알콜도수가 8~10% 정도 되고, 섭씨 10도 내외에서 마셔도 맛과 향이 살아있으며, 밸런스가 우수해 여러 안주에 잘 어울리는!!!


딱 떠오르는 건, 대표적인 벨기에 스트롱 골드에일인 '두블' 그리고 애비비어인 '레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리뉴얼된 상암동 홈플러스에서 본 여러 벨기에 맥주가 휘리릭~ 머리 속을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이번 가을 캠핑에 어울리는 맥주는 벨기에 맥주, 그 중에서도 '스트롱 골드 에일''애비 비어 트리펠'(Abbey beer tripel)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 있던 '트라피스트 맥주'인 '베스트말레 트리펠'( Westmalle Tripel)을 꺼냈죠~




간택된 녀석들...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맥주 중 알콜도수가 제법 있다는 녀석들이죠~ ㅋㅋ


글고...가격도 쫌 있고...네병 합쳐서 3만원 대 후반이 되니까요...ㅜㅜ








La Chouffe


La Chouffe는 벨기에 Wallonia Ardennes 지역에 있는 Brasserie d'Achouffe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스트롱 골드 에일'입니다. 1982년 Pierre Gobron 과 그의 사촌형제 Christian Bauweraerts에 의해 만들어진 이 양조장은 처음에는 그냥 취미였다고 합니다. 


두 사촌은 처음에는 돼지우리간에 있는 낡은 도구를 사용해서 맥주양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맥주의 유니크한 맛과 향 그리고 라벨에 있는 독특한 '난쟁이'(gnome) 캐릭터는 곧 La Chouffe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죠.


이 브루어리는 26년간 6배로 확장했다고 하는군요~ 와우~~~


라벨에 있는 난쟁이는 Bauweraerts가 지역 태풍 피해 자선모임에서 파는 '난쟁이' 그림을 보고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2006년 '두블'(Duvel)의 회사인 Duvel Moortgat에 의해 인수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La Chouffe를 Belgian golden blone ale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La Chouffe는 컬러가 확실히 두블과 같은 황금색보다는 탁한 brown 컬러가 더 들어있습니다. 황금색과 amber 컬러의 중간정도, 혹은 약간 붉은기를 띄는 황금색을 띈다고 보시면 맞아요.


이유는 La Chouffe는 필터링을 하지 않고, 병에서 당과 함께 2차 발효를 하기 때문입니다. 효모가 걸러지지 않았으니 색이 탁하겠죠. Here-weizen과 같이...


8도의 알콜도수를 가지고 있는 La Chouffe는 fruit 아로마와 에스테르가 훌륭했습니다. 같이 있었던 친구는 '진하다'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보통 fruit 아로마라고 하면, 직관적으로 새콤달콤한 맛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와인이나 맥주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혹시 과일들이 많이 있는 창고나 매장에 가보신 적 있으신지요? 거기 들어가면 특유의 과일들의 비릿한 향이 있잖아요. 생과일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이게 바로 fruit 아로마입니다.


아로마는 맛보다는 입에서 코로 올라오는 향에서 느낄 수 있어요. 우리 혀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을 느낄 수 있죠. 맥주나 와인의 아로마는 혀보다는 혀에서 코로 올라오는 향에서 느껴집니다.


와인은 베리, 감초 등과 같은 더욱 명확한 성격들이 혀와 코에서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맥주는 혀보다는 코에서 그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La choffe는 코리안더(고수 열매)가 들어가 있어 과일의 아로마, 약한 캬라멜, 풀의 느낌이 나는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호가든을 좋아하시면 호가든에서 느낄 수 있는 오렌지 아로마 이외에 나는 뭔가 비릿한 향을 아실거에요. 코리안더의 영향인데, La Chouffe는 호가든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맥주라고 해요. 




La 니까...'놈'이 아니고 '년'인가...?









Piraat


Piraat은 해적을 의미하나요? 


Piraat과 같은 에일은 17~18세기 해적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하루에 1 pint씩 배급되었다고 해요. 맥주는 근대까지 매일 혹은 월급과 같이 배급되었습니다. 


무려 10.5%의 알콜을 가지고 있는 이 Belgian ale은 Belgian strong golden (blonde) ale 입니다. Piraat 또한 La Chouffe 처럼 병 또는 케그(keg)에서 당과 함께 2차발효를 합니다. 필터링하지 않구요.


당연히 컬러는 탁합니다. 황금색과 amber의 중간 빛, 갈색이지만 붉은기를 띄는 컬러를 가지고 있어요.


fruit 아로마와 복합적인 에스테르, 단맛이 나지만 홉과 이스트에서 나오는 아로마가 대부분을 지배합니다. 뒷끝은 드라이하네요~


10.5%의 알콜을 가졌지만 마시기에 아주 좋습니다. 알콜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히 뒤에 숨어있어요.



이 맥주들과 함께 먹은 안주는?????




무려 '횡성한우' !!!!!


Say '횡' '성' '한' '우' ~~~우 우 우~~~


드럽게 비싼데...맛은 있습니다만...뭐...호주산도 비슷...


암튼, 마블링이 잘된 한우를 레어로 먹는데, La Chouffe와 Piraat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더군요. 


정말 정말 정말 훌륭한 pairing이었습니다.


와우~~~


한우의 단백함 그리고 레어에서 나오는 약간 비릿한 육즙의 향은 Belgian strong ale의 아로마들로 인해 더욱 야들야들해지고 중화되어 좋은 궁합을 이뤘습니다~


맥주를 잘 모르는 친구도 연신 좋다 좋다를 연발!





이제 회를 사러 근처 '임원항'으로 갑니다~



물이 얼마나 맑던지요~



바로 옆에는 이렇게 회를 떠주거나 먹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회시장이 있습니다.


광어와 우럭은 역시 '양식'!!!


그래서 우리가 고른 횟감은요~ 자연산 도다리와 방어였습니다.


자연산 도다리는 얼마나 크기가 작은지...ㅋ




돌아오느 이제 어둠이 내리고, 다시 회와 맥주를 마십니당~




이번에 꺼내 든 맥주는



St. Bernardus Tripel





St. Bernardus tripel 은 Belgian Abbey beer입니다. St. Bernardus 브루어리는 1930년 치즈 공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46년부터 맥주 양조를 시작해서 현재는 4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amber 컬러, 그러니까 밝은 구릿빛 컬러에 8%의 알콜을 가지고 있는 이 맥주는 수도원으로부터 양조허가를 받은 후 맥주를 만드는 Abbey beer입니다. 서양배와 같은 과일 아로마와 시럽 같은 약한 단맛 그리고 쓴맛이 밸런스를 맞춥니다. 알콜끼도 약간 느껴지는게 은은하게 음미하면서 마시기 좋네요.


회와는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처럼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맥주와 먹어도 좋았습니다~ 간장을 약간 묻치셔도 좋구요.








Westmalle Tripel


Westmalle Tripel을 마실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사진을 못 찍었....


수도원에서 만드는 정통 수도원 맥주 Trappist bier인 Westmalle Tpripel은 과거에 왕이나 귀족에게 바치는 등급의 수도원 맥주였습니다. 


9.5%의 알콜과 황금빛 컬러로 치장된 이 녀석은 바나나와 서양배와 같은 과일 아로마가 입속에서 피어오릅니다. 홉 아로마가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쓴맛은 강하지 않습니다. 알콜향이 살짝 묻어나는게 회와 먹기도 좋았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소고기와 회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회심의 미소가 입에서 피어납니다...ㅋㅋ



호호



날을 쌀쌀했지만, 맥주가 가지고 있는 8~10%의 알콜은 아주 적절하게 따스함을 불어넣어 주었어요. 마치 와인같이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기 좋은 맥주들이죠~


후에 한두잔의 소주를 마시긴 했지만, 딱 좋았습니다. 사실, 맥주를 마시고는 기분이 딱 좋았네요~



삼척 검봉상 휴양림은 캠핑하기에 정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아주아주 깨끗했구요. 사이트도 너무 이상적이었습니다.


그 날밤에 본 별은.......정말 잊지못할 거 같네요. 


새하얗게 수놓았다는 표현이 딱 맞았거든요.


상쾌한 가을에 간 캠핑, 그리고 정말 잘 어울렸던 맥주로 인해 기분이 한껏 리프레시되었던 주말~~~~


여러분도 가을이 가기 전에 꼭 만끽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