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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정보] 홉, 맥주의 품격을 높이다 <Hops story>

beergle 2013. 7. 2. 22:56

현대 맥주에는 기본적으로 네가지 재료가 들어갑니다. 이 네가지가 들어가야 우리는 '맥주'라고 하죠. 


물, 몰트(맥아), 효모 그리고 홉!!!


그런데, 이 네가지 재료 중, 홉을 제외한 세가지는 맥주가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쭈~~~~~~욱 함께 해 온 식구였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대맥주는 몰, 몰트, 효모에 추가적으로 다른 여러재료들이 들어가서 만들어졌죠. 우리가 지금 마시는 맥주와는 많이 달랐을거에요. 


옛날 사람들은 발효를 돕기위해 (실제로는 효과가 없었다고 하지만) 꿀을 넣기도 했구요, 여러가지 허브재료들을 섞기도 했답니다. 이 허브 및 기타재료를 섞은 것을 'Gruit'(구르트)라고 해요. 홉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구르트'가 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그럼 구르트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구르트는 다양한 종류의 약초와 향료를 섞은 것입니다. 재료로는 선버들, 서양톱풀, 긴병꽃풀, 샐비어, 백산차, 로즈마리, 생강, 캐러웨이, 파슬리 등등..이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휴....맛이 있었을까...?


이 '구르트'는 사실 그 당시 단순히 맥주맛을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구르트'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장땡이었죠.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르트'를 넣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판매권이 교회 또는 영주에게 있었습니다.  교회나 영주는 구르트 판매권을 독점하여 세금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했고, 부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구르트권'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맥주에 '홉(hop)'이 사용되면서부터, 구르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미안2


홉은 736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할레타우(Hallertau)에서 제일 처음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지역의 샐러드 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홉이 처음 사용된 맥주는 '한자동맹' 도시 중 하나인 브레멘에서 서기 1000년 정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출처 : '맥주,세상을 들이켜다', 야콥 블루메 저) 


홉이 맥주에 적합하다고 언급한 첫 기록은 12세기, 여성으로서 최초로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원장을 맡은 '힐데가르트'가 쓴 '약초의 역사'라는 책에서 입니다. 이 책에서 '힐데가르트'는 홉의 효능을 언급하였다고 하네요.



힐데가르트 



위에서 브레맨에서 처음 홉을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었다고 했지만, 사실 홉이 맥주에 일상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이유는....뭐, 위에서 설명했듯이 '구르트'가 교회와 영주의 돈줄이었잖아요. 당연히 그 권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겠죠. 


위에서 '한자동맹' 도시라고 했죠? 이와같은 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맥주에 홉이 쉽게 적용되곤 했답니다. '한자동맹'이란 상업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맺은 도시간 동맹으로 브레맨, 쾰른, 베를린 같은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런 도시들은 상인계급의 힘이 컸기 때문에 교회와 영주의 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로 인해 홉을 다른 도시나 국가에 비해 빨리 적용할 수 있었죠. 


물론, 다른 곳의 교회와 영주들은 '구르트' 대신 '홉'의 판매권을 독점화하여 계~~~속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시켰답니다. 

독일의 '맥주 순수령'도 겉으로는 맥주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실은 '맥주 순수령'을 만들었던 바이에른 영주가 '홉'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맥주 순수령 (Reinheitsgebot )


1561년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공표된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German Beer Pruity Law)은 맥주에 물, 몰트, 홉, 세가지 재료만 사용하게 하는 법입니다. 지금까지도 그 근간이 유지되고 있죠. (나중에 효모가 추가되었어요)


그렇다면 구르트가 홉에 밀려난 이유가 뭘까요?





일단, 홉이 구르트보다 훨씬 풍미가 좋았습니다. 씁슬하지만 상쾌한 맛이 있었고, 다양한 아로마와 flavor가 뛰어났죠.

둘째로 맥주의 산패를 막아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홉은 공기중의 균으로 부터 맥주가 부패하는 것을 막아주는 항균효과가 뛰어났습니다. 기껏해야 몇주였던 맥주의 보존기한을 몇개월까지 연장시켜주었으니...말 다했죠.


따라서, 홉이 사용된 맥주는 소비자(맛이 좋음)와 생산자(맥주가 안상함)에게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죠.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대로 영국에서 홉이 사용된 것은 15세기입니다. 이전까지 영국에서는 홉이 사용되지 않았어요. 홉이 영국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는 플란더스 (현 벨기에) 사람들이 영국으로 대규모 이주를 하고 난 이 후였습니다. 

브레맨과 함부르크 양조자들은 암스테르담으로 상당량의 홉이 첨가된 맥주를 수출했는데, 100년 후 암스테르담 양조가들도 홉이 첨가된 맥주를 양조했고, 플란더스로 자신들의 맥주를 수출하게 됩니다. 이 플란더스 사람들이 영국으로 이민가게 되면서 홉이 든 맥주를 선보이게 되는거죠~~~




1471년, 영국에서는 홉에 대한 편견과 구르트 독점권으로 인해 홉을 사용금지 시켰으나 1648년 홉에 대한 허가를 요구하는 에일업자들에 의해 홉에 대한 사용권이 풀렸고, 17세가가 되면 모든 에일에 홉이 사용되게 됩니다. 15세기 영국에서는 홉이 첨가되지 않은 맥주(malt liquor)를 '에일', 홉이 첨가된 맥주를 'beer'라고 했다고 이전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드렸죠? (모르시면 '에일'에 관한 포스팅을 읽어보세....)


현재는 거의 모든 맥주에 홉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으로 맥주의 부패 위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홉이 주는 다양한 flavor와 aroma는 아직 대체할 재료가 없죠.


그러나 또...몰라요~ 


맥주는 항상 그 시대의 트랜드를 반영하면서 계속 변해왔으니까요. 누군가 홉보다 더 우리 입맛에 맞고 맥주의 품격을 올려줄 재료를 발견하면 홉의 시대가 저물지...


알랑가몰라~